2025. 4. 16. 14:10ㆍ비밀 아닌 비밀일기
벌써 며칠 전부터 강풍을 동반한 폭우 예보가 있었다. 잔뜩 긴장 &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폭우는 커녕 가랑비다.
이 비가 지난 산불 때 좀 일찌감치 찾아와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튼 새벽부터 비가 쏟아지길 기대했건만 하늘만 푸르더라. 결국 TBM은 예정대로 진행. 뭐 별 거 없이 국민체조하고 시공업체별 오늘의 주요업무,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등을 나누는 30분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이게 참 귀찮다. 그나마 요즘은 체조 장소가 바로 코앞이지만 불과 2주 전만해도 언덕(?)을 하나 넘는, 최소 3,000보 이상 걸어야 하는 먼 곳이 TBM 장소라 정말 참석하는게 고역이었다. 그나마 코앞에서 TBM 진행하는 요즈음은 호강하는 편이랄까. ㅎ
본격적인 비는 점심을 외부에서 먹고 돌아오는 길에 시작되었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기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 돌아왔다. 젖은 작업복을 벗어 사무실 옷걸이에 걸어두고 창 밖을 보니 어쩐일, 비가 아니라 우박이다. 물론 잠시잠깐 오다 말았지만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날이 궂어 현장 순회 점검을 하지 않고 그냥 때우려다가 너무 졸려 핸드폰을 들고 나섰다. 1공구부터 2공구까지 전체를 다 돌아보려면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하지만 비도 오는데다 앞으론 하루씩 걸러 1,2공구 나누어 보자고 작정했던터라 1공구만 살피고 돌아 오는데 사무실 바로 앞에서 전기 소방업체 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일 끝동인 110동 지하 2층에 비상경보장치와 피난 유도선을 설치하려는데 위치 확인을 해 달란다. 아휴... 한참 돌고 있을때 걸려오면 좀 좋아! 1시간이나 걷다가 이제 막 사무실 들어가려던 참인데!!
지금 가겠단 말과 함께 돌아서서 열심히 걸어갔다. 미로같은 현장을 돌고 돌아 110동에 막 도착하니 다시 울리는 전화벨소리. 지하2층 천장 바라시(끝마무리)가 안되어 도저히 설치가 힘들어 미루어졌단다.
이건 뭐 똥개 훈련시키나?
어쨌거나 이왕 현장 돌은 거, 끝까지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여기 저기 살피고 사진도 찍고 사무실로 복귀.
현장 한바퀴 휘돌고 왔더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날마다 이렇게 하루가 빨리 가면 얼마나 좋을까. 업무 강도가 높지 않으니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다 마쳐 놓으면 오후엔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간다. 다른 직원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면 자료라도 화면에 띄워놓고 공부를 하련만, 이전에 공부 좀 하애들한테서 말이 나온터라 이젠 사무실에서 공부할 생각을 아예 접었다. 그러다보니 오후 시간이 길어져버렸다. 특히나 식곤증이 와서 졸음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그날 오후는 세상에서 참으로 기나 긴 시간이 된다.
이런식으로 하루하루 때우며 시간낭비를 하다보면 어느새 정년이 다가오고, 어느새 은퇴해서 할일 없는 노인네가 되어버리겠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여력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한달 일해서 벌어들인 월급으로 딱 그달만 살아내는 삶이라 은퇴 이후 어떻게 할지 지금부터 처절하게 고민하고 고민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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